호주에서의 삶, 한국과 다른 점들
올해로 호주 이민 생활 14년 차가 되었다.
이 글은 내가 현재 살고 있는 호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호주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게 되었다. 단순한 호주 뒷담화가 아니라, 한국과 비교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점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호주에서 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호주 생활 14년 차지만, 나의 운전 경력은 고작 1년에 불과하다. 그렇다. 13년 동안 대중교통에 기대어 살아왔다.
남편이 운전을 해서 가족이 함께 이동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혼자 무언가를 하려면 항상 많은 제약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도 혼자 들고 올 수 있을 만큼만 살 수 있고,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도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직장을 구할 때에는 이동의 제한이 더 컸다. 운전을 시작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불편하게 지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물론 시티나 시티 근처에 살면 큰 불편은 없다. 트레인과 트램 등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차 없이도 살 수 있지만 한국만큼 대중교통이 편리하지는 않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내가 제작년 즈음에 도자기 공예를 배우고 싶어서 수업을 신청했다.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알고 보니 거기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는 것이었다. 차로 15분 거리를 나는 그렇게 편도 1시간 30분을 대중교통과 도보로 다녀야 했다. 결국 나는 도자기 배우는 걸 끝까지 해낼 수 없었다.
게다가 요즘 멜번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많은 사람들이 시티에 거주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가족생활에 적합한 외곽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이럴 경우 차는 필수다. 시티 밖으로 나가면 대중교통은 더 더욱 불편해진다.
2. 비싸다
한국보다 훨씬 비싼 서비스들로 인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몇 년 전, 갑자기 화장실 변기가 막혀서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문가를 불렀고, 10분 정도 걸려서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비용은 토요일 서차지까지 더해 200불 이상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몇 만원이면 해결될 일이었는데 말이다.
또한 치과 치료비도 매우 비싸다. 한국에서는 40-50만 원 정도면 가능했던 크라운이 호주에서는 1800불 정도 (약 160만 원), 신경치료도 1000불(약 90만 원) 이상 예상해야 한다. 사랑니 발치도 2-300불에서 시작하며, 복잡해질 경우 몇 백 불씩 추가된다.
이런 점들을 보면, 호주에서의 삶은 확실히 비용이 많이 든다. 물론 호주의 높은 시급 덕분에 이러한 비용들이 어느 정도 이해되긴 하지만, 공과금이나 기타 생활 비용이 크게 들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의 경우 물세는 3개월에 약 4-500불 (약 36만원-45만원) , 전기세는 겨울 난방을 많이 쓰면 3개월에 1000불(약 90만 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3. 엄마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한다
아이의 첫 등교 날, 교복 입은 모습을 보며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내가 아이의 매니저가 될 줄은 몰랐다.
호주 학교에서는 급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아침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고, 등하교를 도와야 한다. 학원이나 방과 후 수업도 내가 직접 데려다주고 기다렸다 데리고 와야 하니, 내 생활이 아이의 스케줄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매일 도시락 준비와 픽업, 학원 동행은 많은 에너지가 들수밖에 없다.
한국의 학원 차량 서비스는 진짜 세계 최고이다.
4. 언어의 차이
이 부분은 본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만, 호주에서의 불편함을 이야기하자면 언어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어를 쓰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언어 장벽은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영어권인 뉴질랜드 사람들은 호주에서 언어 장벽이 없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 사람들은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제한들이 생활의 일부로 느껴지곤 하기에 영어는 호주에 사는 이상 평생 풀어야 할 숙제이다.
5. 마무리
이렇게 한국과는 다른 호주 생활의 불편한 점들을 공유해 보았다. 물론 이 모든 점들이 호주의 단점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극복해야 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호주로의 이민을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정보를 드리고자 솔직하게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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