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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일상다반사

살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 -호주에서 병원 가기

호주 메디케어 카드

 
 
벌써 호주 살이도 14년차가 되었다. 결혼 하자마자 아이가 생겼고, 육아 하랴 일 하랴 정신 없이 살다 보니 번아웃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코로나 시기 때가 시작이지 않았나 한다. 멜번은 코로나 때 락다운을 굉장히 엄격하게 한 곳으로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제일 심할 때는 집에서 5km 반경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병원이나 수퍼 에서 일하는  필수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은 통행증을 발급 받아서 다닐 수가 있었다. 몰래 나가다 걸리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했고, 리테일,레스토랑(배달 가능) 비즈니스들은 영업도 할 수 없었다. 친구, 직장동료, 따로 사는 가족은 만남이 거의 불가능 했고, 정부에서도 따로 세세하게 만날 수 있는 경우, 없는 경우 들을 나열해서 소셜 활동을 철저히 금지 했다. 나는 필수 직업군 중에 하나인 차일드 케어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당시 락다운이 매우 심할 때는 차일드 케어에 오는 아이들이 굉장히 적어서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만 오면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고, 너무 슬프게도 나는 다시 시작 되는 하루의 행복을 기대 하기 보다는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우울감에 허덕였다. 
 
그렇다고 내가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하는 그런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가 너무 힘겹고 버거워서 내일에 대한 설렘 같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없었고, 일이 끝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무기력증이 몰려와 침대에 쓰러져 버리는게 일상이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됐는지도, 이 패턴을 어떻게 끊어내야 하는지도 모를 뿐더러, 그렇게 할 용기 조차 나에겐 없었다. 
 
코로나도 끝나고, 다시 정상적인 삶이 돌아왔지만, 나의 우울감 무력감은 나아지질 않았던 것 같다. 직장에서도 크고 작은 일로 트러블이 생겼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올해 퇴사를 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제일 뒤로 순위가 미뤄졌던 나를 돌볼 기회가 생겼고, 그렇게 GP를 찾아가게 되었다. 
 
한국에선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를 가고,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피부과를 가고, 뼈에 문제가 생기면 정형외과를 가는 등등 아픈 부위에 따라 가야하는 병원이 다른데 호주는 그렇지 않다. 어디가 아프든 일단 GP (General Practice) 를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GP가 치료 할 수 없는 병은 Specialist를 추천해준다. 보통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거나, 회사에서 병가 서류 (Medical Certificate) 를 요구하면 GP를 찾아가면 바로 해결이 가능하다. 가끔 크게 Bulk biling 이라고 적혀있는 클리닉 간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게 적혀 있으면 메디케어 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GP상담이 가능한 곳이라는 뜻인데, 최근 부터는 무료로 해주는 곳이 거의 없고, 대부분은 메디케어로 절반 정도만 커버 해주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내가 가는 클리닉의 경우, 대략 70불 정도가 진료비로 나오면 약 40불 정도를 메디케어로 커버 해준다. 참고로 아이들은 메디케어 소지시 무료이다.
 
나는 GP를 찾아가서 그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들을 상담 받았고, Psychiatrist 정신과의를 추천받게 되었다. 호주 메디케어 카드가 있으면 1년에 5회 정도 무료 상담이 가능했고 ( 혜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 전화 상담, 직접 상담 중 선택이 가능했다. Specialist는 분야에 따라 메디케어 카드 소지시 전체 커버 또는 부분커버가 가능하고, 나의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는 대략 3-400불 정도가 나오면 메디케어에서 부분 커버를 해주었다
 
그 밖에 혹시 모를 다른 신체적 이상 증상을 알아보기 위해 피검사를 했다. 보통 대부분의 클리닉은 같은 건물안에 또는 바로 주변에 혈액 채취를 하는 Pathology 가 위치해있다. GP의 소견서를 들고 Pathology에 가서 피를 뽑고 3일에서 5일 정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온다. 나의 경우엔 갑상선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서, GP의 소견대로 Radiology 에서 초음파를 찍기로 한다. 초음파 (Ultrasound) 같은 경우엔 돈을 받는 곳도 있는데, 나는 GP의 소견서가 있어서였는지 무료로 검사가 가능했다. 초음파의 경우도 피검사와 마찬가지로 일주일 내에 결과를 받았다.
 

간단 요약

1. 호주에서 아플 땐 GP를 찾아간다. 메디케어 카드가 있으면 대략 30불 정도 비용이 나온다. 아이들은 무료이다.

2. Bulkbilling 이라고 적혀 있는 클리닉은 메디케어 카드 소지 시 무료이다.

3. GP를 통해 specialist 예약이 가능하다. 비용은 대략 3-400불 정도 나오고, 메이케어 카드 소지시 전체 커버 또는 부분 커버 가능하다.

4. 피검사는pathology,  엑스레이나 초음파는 Radiology. 보통은 GP클리닉 근처에 위치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