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크리스마스 몇 주전, 우리 세 가족은 타이베이로 휴가를 떠났다. 멜버른에서 타이베이까지 직항 비행기도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어서 가격이 너무 비쌌고, 그나마 저렴했던 스쿠트 항공을 타고 싱가포르를 경유해야 했다. 스쿠트 항공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싱가포르 경유 시간도 좀 긴 편이어서 (7시간) 걱정이 되었다.
걱정반 설렘반, 여행은 늘 그렇게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시작된다.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
우린 늘 그렇듯... 헝그리잭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제일 실패확률이 적고, 가성비도 좋은 곳은 역시 헝그리잭스이다. 적어도 멜버른공항에서 만큼은. ^^
스쿠트항공
스쿠트항공은 물부터 식사까지 다 구매해야하는 걸로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감자칩 하나 남기지 않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게이트로 향했다. 약간의 지연이 있었지만, 이미 익숙해서 그러려니 했다. 비행기로 들어가기 전 새치기 하는 무개념 가족들을 보면서도 처음엔 좀 짜증이 났지만 그러려니 했다. 여행을 떠나는 나의 설렘을 망치기엔 그들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들이었다.
멜버른에서 싱가포르 까지가 조금 더 긴 여정이었기에, 인당 약 2-30불 정도 더 내고 좌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래도 많이 좁을까 걱정되었는데, 좌석 공간이 넉넉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나는 키가 163이고, 의자에 등을 바짝 붙이고 앉으면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추가 금액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굿 초이스!
물 하나 까지 사 먹어야 한다는 게 좀 야속하지만, 기내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오히려 스쿠트항공의 서비스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보통은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강제 기상 해야 하고, 좋든 싫든 눈앞에 있으니 먹게 되고 그러면 소화가 안되고, 그 결과 내장에 방귀만 쌓이는 악순환을 늘 겪어야 했던 나였기에, 오히려 돈을 내야만 밥을 주는 선택형 서비스가 더 편안했다.
Tip! 물은 2024년 12월 기준 면세점에서 500Ml 병당 2불에 판매 되고 있었고, 또는 개인 물병이 있으면, 식수대에서 채워서 들고 타면 된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도착
아무리 자리가 넉넉해도, 비행기에서의 잠자리는 참 불편하다. 그렇게 자는 둥 마는 둥 시계만 바라보다 드디어 새벽 4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기대 하지 않았는데,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역시 늘 베스트 탑 5에 드는 공항답게 시설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공항 내에서 와이파이가 쉽게 연결되고 잘 터져서 마음속에서 박수갈채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사람들이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내 집 안방인 거 마냥 편하게 숙면을 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전한 공항이란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바로 바닥에 두 다리 쭉 펴고 누워 챙겨 온 담요를 꺼내 잠을 청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안락함을 느끼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3시간 정도 잤을려나, 남편과 딸아이가 파파이스를 사 왔다. (가격은 사진 참고) 오기 전부터 그렇게 파파이스 파파이스 노래를 부르더니, 평소에 아침도 잘 안 먹는 사람들이 아침 7시부터 치킨을 뜯었다. 너무 맛있게 먹길래, 옆에서 보고만 있던 나도 함께 거들었다. 치킨은 우리가 다 아는 그런 치킨맛이고, 사실 의외로 정말 맛있었던 건 다름 아닌 밥이었다. 버터 라이스. 이게 진짜 별미이다. 밥이 고소한 게 밥만 먹어도 너무 맛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 밥을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이다. 어떤 이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버터에 밥을 비빈맛이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정말 소박하고 별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 메뉴이기에 충분히 그런 반응도 이해가 간다. 다만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더 고소해지는 그 밥알들이 목으로 넘어가는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달까. 나도 내 자신이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싱가포르를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치킨은 안 먹어도 저 버터라이스는 꼭 먹을 것같다.
JEWEL 분수쇼 보러 가기 (터미널 1에서)
피곤도 풀리고, 배도 부르겠다, 의자와 한 몸이 되어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려는 두 사람을 설득해서 산책 겸 쥬얼 창이로 길을 나섰다. 나는 쥬얼이 공항 안에 있는 곳인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바로 옆에 있어도 공항 밖에 위치해 있어서 입국 심사를 하고 나가야 했다. 공항 직원 분의 친절한 안내로 쉽게 입국심사를 하고 나가니 바로 앞에 쥬얼이 보였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매우 한산했다.
큰 크리스마스 트리에 이끌려서 들어가니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쥬얼창이 공원이었다.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실내 공원은 아름다우면서도 신기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시간이 안맞아서 분수쇼는 볼 수 없었지만, 온 김에 열심히 사진 찍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싱가포르 창이 공항으로
창이 공항으로 돌아온 우리는 바샤 커피 매장도 둘러보았다. 커피 향이 대체로 다 좋아서 친척과 친구에게 줄 선물을 구매했다.
아침 먹고, 산책하고, 쇼핑도 하니 그럭저럭 시간이 잘 지나갔다. 경유 시간이 7시간이어서 나갔다 올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날씨도 너무 더웠고, 무엇보다 남편이 극구 반대 해서, 안전하지만 지루하게 공항에 갇혀 있겠구나 싶었는데, 공항 시설이 워낙 쾌적하고 면세점도 커서 지루하지 않게 경유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최고!
다시 게이트로...(유용한 TIP 포함)
우리 세식구는 세븐 일레븐은 그냥 못 지나친다. 세븐 숫자만 보이면 배가 안 고파도, 굳이 살게 없어도 일단 들어간다. 면세점에서 샤넬이니 루이비통이니 하는 샵들은 쿨하게 지나쳤지만(정확히 말하자면 통장이 텅장이라....), 저 숫자 7을 보는 순간 그냥 자동이다. 서로 물어볼 필요도, 확인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여행을 가면 유명한 관광지 만큼 재밌는 곳이 그 나라의 슈퍼와 편의점이다. 사실 어떨 땐 유명 관광지 보다 여기가 더 흥미롭고 익사이팅하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뭘 먹고 마시나 구경하면서 비행기에서 먹을 간단한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샀다.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 분이, 음료수는 게이트 들어가기 전 다 마시고 가야 한다, 그래도 살 거냐라고 친절하게 물어봐주셨다.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멜버른에서는 물을 들고 탔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니, 두 개씩 고른 음료수를 하나씩 포기했다.
게이트 앞에 도착하니... 게이트 들어가기 전 짐 검사를 다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액체류는 공항에서 산 것이라도 들고 갈 수 없었고, 우리는 급하게 음료수를 원샷 해야 했다. 다행히 게이트 안에 식수대가 있었고, 빈 병에 물을 채워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TIP! 싱가포르 공항에서는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도 짐검사를 하니 액체류는 공항에서 산 음료라도 들고 갈 수 없다. 짐 검사 통과 하면 식수대가 있으니 거기서 물을 마시거나 물병에 채울 수 있다.
스쿠트 항공, 창이 공항 리뷰 요약
1. 스쿠트 항공, 물도 한 잔 안주는 건 좀 서운하지만, 기내식 안나오는게 오히려 좋았음(내 기준)
2. 창이공항, 인터넷 잘 터지고, 이른 새벽에도 문 연 가게들이 많음, 쥬얼 창이(분수쇼 공원)는 입국 심사 해서 나가야함.
3. 싱가포르 경유 7시간, 길어서 걱정했는데, 공항에서만 있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음.
'여행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경유]샤먼 공항에서 7시간 경유 + 소소한 팁들 공유 (18) | 2024.10.10 |
---|---|
[한진 공항택배 이용후기] 울산-> 인천공항 20Kg 캐리어 보내기 (6) | 2024.10.10 |
멜번 인천행 샤먼항공 리뷰 (3) | 2024.08.21 |